최준호
Junho Choi
국민만들기 장치
우리는 국민의례의 신체를 수행하며 동시에 그에 연결된 영웅서사를 공유하고, 이는 곧 단일한 국가정체성을 형성한다. 신체, 서사, 정체성이 하나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구조를 ‘국민만들기 장치’로 정의하였다. 국민만들기 장치는 단일한 서사를 바탕으로, 국가정체성이 동기화된 ‘나’와 동기화되지 않은 ‘너’를 구분한다. 이 장치가 제시하는 희생과 헌신의 국가 서사는, 지난 세기 국가 주도의 성장 정책에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2023년 대한민국에서, 국민만들기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는 조금은 느슨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 시대의 ‘국민’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국민만들기 장치, 현충원
국민의례가 신체 스케일의 국민만들기 장치라면, 현충원은 도시 스케일의 국민만들기 장치이다. 현충원은 국가적인 ‘애도하기’를 정의함으로써 국민을 만든다. ‘국민’은 누구를 애도해야 하는가, 언제 어디서 애도해야 하는가, 애도는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가. 국민국가 형성 이후 현충원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된 국가적 애도 행위는 이에 대한 답을 국민에게 각인시킨다. 그렇게 만들어진 애도는, 어떤 다른 해석이나 질문도 허용되지 않고 정해진 방식대로만 수행되어야 하는 ‘순수한 애도’이다.
애도의 실패
현충원이 만드는 ‘국민’은 ‘순수한 애도’를 수행한다. 그리고 ‘순수한 애도’는, 합동분향소 앞에서 실패한다. 국가의 균열과 모순을 드러내는 죽음들이 발생한다. 보호받지 못한 죽음들은 그 균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왜 죽음이 일어났는가? 그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그러나 국가가 마련한 국민적 애도하기의 장소인 합동분향소에서 이러한 질문들은 허용되지 않았고, 역설적으로 애도하기에 실패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피해자들은 도시 여기저기서 임시적인, 파편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이러한 질문들은 ‘순수한 애도’의 시점에서, 불순한,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있는 애도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애도하기’는 무엇인가. 애도는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이야기하는 모든 과정이다. 그래서 애도는 정치적이다. 애도의 정치적 가능성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애도할 수 있다.
애도하기의 장소, 현충원
현충원이라는 국민만들기 장치에서 국가에 대해 질문하는 애도하기의 수행을 통해, 국가가 죽음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해 다시 질문한다. 현충원은 견고하다. 국민국가의 형성과 동시에 만들어진 후,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현충원은 도시와의 경계를 강화하며 불변의 공간으로 남았다. 신체를 지시하는 바닥과 그 위에 높게 솟아있는 상징물들, 그리고 질서를 강화하는 물과 나무들, 현충원의 모든 요소는 영속적으로 유지된다. 영속적인 국가 애도의 공간에, 임시적으로 다루어지던 애도들이 모인다면, 그것은 현충원의 견고함을 풀어버리는, 작은 균열의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균열내기
이제 견고한 국민만들기 장치에 균열을 낸다. 이 작업은 기존의 질서 위에 새로운 것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질서에 균열을 내면서 전체 구조를 분해하는 작업이다. 현충원의 묘역마다 조성된 경직된 해자를 통해 흐르던 물은, 상징물로 가득 찬 공간에 도달한 후 마음대로 퍼져나가면서 곳곳으로 균열을 만든다. 가냘픈 물줄기로 시작된 균열들은 현충원부터 한강에 이르며 확장된다. 균열들은 물의 흐름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영속성의 장소들을 변화하고 축적되는 장소들로 바꾼다.
스며들기
애도하기는 이 균열들을 중심으로 수행된다. 균열의 물줄기는 현충원의 땅에 스며들며, 강한 질서를 만드는 바닥과 상징물들을 허물어낸다. 그렇게 물줄기가 스며드는 지점들에 허물어낸 잔해들이 재조립되어 애도를 수행할 수 있는 장소들을 제공한다. 균열들은 기존의 땅 높이를 낮춘다. 그 주변으로 물이 스며들 수 있는 지점들이 생기면, 그곳의 땅 높이를 일부 낮추어 낮은 공간들을 만든다.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잔해들은 애도하기에 사용되는 벽과 바닥을 구성한다. 달라지는 현충원의 애도의 장소는 낮아지는 땅들과 땅들 사이로 낮은 자세를 취하는 건축적 요소들, 그리고 그에 맞추어 낮은 자세를 취하는 신체들로 구성된다. 국민들은 각자의 거리, 각자의 시간에 맞추어 따로, 또 같이 애도를 수행하며, 국가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묻는 애도하기를 통해 국가만들기로 나아간다.
Nation Building Mechanism
We carry out the body of national rituals and share the hero narrative connected to it, which forms a single national identity. The structure in which the body, narrative, and identity are connected and operated as one was defined as a “nation building mechanism.” Based on a single narrative, the nation building mechanism distinguishes “me” with synchronized national identity from “you” without synchronization. The national narrative of sacrifice and commitment presented by this mechanism was effective in state-led growth policies in the last century. But in 2023 in South Korea, is the national making device working properly? Now we have to ask the question in a more loose and free way, what are the ‘nation’ of this era.
National Cemetery
If the national ritual is a body-scale nation building mechanism, National Cemetery is a city-scale nation building mechanism. National Cemetery makes the nation by defining national ‘mourning’. Who should the ‘nation’ mourn, when and where should they mourn, and how should the mourning be carried out. The national mourning activities repeatedly carried out at National Cemetery after the formation of the state imprints the answer to this to the nation. The mourning thus created is a “pure mourning” in which no other interpretation or question is allowed and must be carried out only in a set manner.
Failure of Mourning
The “nation” created by National Cemetery carry out “pure mourning.” And ‘pure mourning’ fails in front of a joint memorial altar. Deaths that reveal cracks and contradictions in the state occur. Unprotected deaths ask the question of the rift. Why did death happen? Couldn't you have stopped the death? Can we prevent another death? However, these questions were not allowed at the joint memorial altar, a place of national mourning prepared by the state, and paradoxically failed to mourn. After the Itaewon disaster, victims asked temporary, fragmentary questions all over the city. These questions are interpreted as mourning in which impure and political intentions are hidden in the view of ‘pure mourning’. So what is ‘mourning’. Mourning is the whole process of asking and talking about death. So mourning is political. When we acknowledge the political possibility of mourning, we can only mourn.
A Place of Mourning
Through the practice of mourning asking questions about the state in a nation building mechanism, we ask again how the state deals with death. National Cemetery is solid. After being created at the same time as the formation of the national state, National Cemetery remained an immutable space in a rapidly changing city, strengthening its boundary with the city. The floor that directs the body, the symbols that rise high above it, the water and trees that strengthen order, all the elements of National Cemetery are kept permanent. When temporary mourning gathers in a space of lasting national mourning, it will emerge in the form of a small crack that unravels the solidity of National Cemetery.
Cracking
Now crack the solid nation building mechanism. This work is not to build something new on top of the existing order, but to decompose the entire structure while cracking the existing order. The water that flowed through the rigid moats created at each cemetery in National Cemetery reaches a space filled with symbols and spreads freely, creating cracks everywhere. The cracks, which began with a thin stream of water, extend from National Cemetery to the Han River. Cracks change places of permanence into places of change and accumulation, accommodating changes in water flow.
Permeation
Mourning is carried out around these cracks. The stream of cracks permeates the land of National Cemetery, tearing down the floors and symbols that create a strong order. The debris torn down at the points where the stream permeates like that is reassembled, providing places for mourning. Cracks lower existing ground height. When there are points around which water can permeate, some of the land height is lowered to create low spaces. The remains that were originally present form the walls and floors used for mourning. The changing place of mourning in the Memorial consists of lower lands, architectural elements that take a lower posture between the lands, and bodies that take a lower posture accordingly. The people carry out mourning separately and together at their own distance and time, and move forward with the creation of a nation through mourning asking what the state should be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