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현_물가의 사람들
고등학생이던 때, 화장실은 내가 유일하게 울 수 있는 장소였다. 내 방에 들어가도 룸메이트가 있던 기숙사에서, 화장실은 유일하게 잠글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작년에 노숙인 다큐를 몇 개 보았다. 그 속에 꽤 많은 화장실 장면이 있었다. 서울역 청소노동자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화장실 한 칸을 잠그고 자고, 두세 명씩 들어가기도 하고, 컵라면을 먹고, 세면대에서 씻고, 빨래를 한다고 말해주었다. 열려있는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잠글 수 있는 곳이 화장실이겠다 생각하였다.
그 뒤로 나는 서울시 다시서기 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노숙인 아웃리치 활동을 11개월째 하고 있다. 아웃리치란 대상자가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는 구호, 상담 활동인데, 코스가 모두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짜여진다는 것을 보고 큰 흥미를 느꼈다.
지하철역은 비유로서도, 현실로서도, 실체로서도 물가라 할 수 있다. 과거 인류가 지구의 강가에 모여 살듯이, 현대의 인류는 인프라의 강에 모여 산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 누구보다도 직접적으로 붙어 생존하는 노숙인들이 있다. 그들에게 지하철역의 화장실은 상하수도가 연결되어 있는, 최소한으로 씻고, 쌀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 옆에는 실제 지하수가 있고, 지하철에서는 매일 상당한 양의 지하 유출수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역의 지하 유출수를 이용해 누구나 씻을 수 있는 물가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공중화장실이 당연한 인프라이고 복지이듯, 누구든 잠그고 씻을 수 있는 한 칸의 공간, 나아가서는 그 한 칸을 열고 나감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섞일 수 있는 공간이 이 세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앉았더니 옆자리 사람이 일어나는 걸 본 노숙인도!
집에 욕실이 없거나 문제가 있는 취약계층도!
위생상태로 놀림 받거나 혼난 초등학생도!
술 마시고 토한 어른도!
실례한 아이의 부모도!
피로를 풀고 싶은 직장인도!
수다 떨 곳이 없는 동네 어르신도!
머리 못 감고 나온 건축학과 학생도!
땀, 비, 추위에 젖은 지구별 여행자도!
모두 물가의 사람들이다.
When I was in high school, the toilet was the only place I could cry. It was the only place I could lock myself in.
Last year, I watched several documentaries about the homeless. There were quite a few toilet scenes in them. I asked cleaning women at Seoul Station about it. They told me that homeless people lock themselves in a cubicle to sleep, enter in groups of two or three, eat instant noodles, wash up at the sink, and do laundry. I thought that in an open city, the only place one could lock themselves in is a public toilet.
After that, I started working at the Seoul Dasiseogi Center, and I've been doing outreach for 11 months now. Outreach is a relief and counseling activity visiting places where the homeless are. I found it very interesting that all our routes were based around subway stations.
Subway stations can be seen as the waterside both metaphorically and in reality. Just as humanity once gathered by the rivers of the earth, modern humans gather by the rivers of infrastructure. And there are the homeless who cling directly to these places for survival. For them, the toilets in subway stations are places connected to running water, where they can minimally and relieve themselves. Interestingly, there is actual groundwater nearby, and a considerable amount of groundwater is discharged from the subway daily.
Therefore, I propose creating places where anyone can wash by using the discharged groundwater from subway stations. Just as public toilets are an essential infrastructure and welfare, I believe there should be a space where anyone can lock themselves in and wash. Moreover, it would be great if there were spaces where people could mingle with others by stepping out of that single cubicle.
A homeless person who saw someone next to them stand up!
A financially challenged person without a toilet at home or with a problematic one!
An elementary school student who was teased or scolded for their hygiene!
An adult who vomited after drinking!
The parent of a child who wet his/her pants!
An office worker who wants to relieve fatigue!
An elderly neighbor with nowhere to chat!
An architecture student who couldn't wash their hair before coming out!
A traveler on Earth drenched in sweat, rain, or cold!
All are people of the waterside.